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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벌레들과 공존하는 이어진 소설 속의 환상들 이어진 작가의 환상 소설 <멜랑콜리아>는 벌레들의 출현이 이채롭다. 여주인공인 은수는 앞산을 오르다 신기한 벌레의 출현을 목도한다. 그 벌레는 거대한 크기로 나무에게 붙어서 몸을 줄였다 늘였다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날 텔레비전에서는 여의도 건물에 거대한 벌레가 출현했다는 뉴스가 방송된다. 그리고 어느 여학생의 인터뷰에도 가방에서 벌레가 출현한다는 내용도 접한다. 은수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C는 모자를 벗으면 벌레가 우스스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은수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경영하던 학원도 운영란에 겪으며 폐업할 지경에 이르렀고, 살던 아파트는 붉은 딱지가 붙는다. 그녀는 목에 혹이 자라는 것을 느끼는데, 그 속에서 어떤 생..
벌레들과 공존하는 이어진 소설 속의 환상들


이어진 작가의 환상 소설 <멜랑콜리아>는 벌레들의 출현이 이채롭다. 여주인공인 은수는 앞산을 오르다 신기한 벌레의 출현을 목도한다. 그 벌레는 거대한 크기로 나무에게 붙어서 몸을 줄였다 늘였다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날 텔레비전에서는 여의도 건물에 거대한 벌레가 출현했다는 뉴스가 방송된다. 그리고 어느 여학생의 인터뷰에도 가방에서 벌레가 출현한다는 내용도 접한다. 은수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C는 모자를 벗으면 벌레가 우스스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은수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경영하던 학원도 운영란에 겪으며 폐업할 지경에 이르렀고, 살던 아파트는 붉은 딱지가 붙는다. 그녀는 목에 혹이 자라는 것을 느끼는데, 그 속에서 어떤 생명체의 움직임을 느낀다. C는 어려운 생활 때문에 이혼을 하고 파산을 하고 무인도에 들어가 살다가, 다시 재기하려고 마트에서 배달일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B와의 사랑에서도 은수는 어떤 희망을 읽지 못한다. 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어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우울하고 멜랑콜리한 현실 세계의 장면들을 이어진 작가는 아름다운 사유와 문장으로 펼쳐보이고 있다. 이어진 작가의 섬세하고 진솔한 내면의 풍경 소설의 문장을 통해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우울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의 발현이다. 벌레와도 같은 주인공들의 삶은 지난한 삶의 한쪽에서 여전히 끊임없이 동력을 불태운다. 어두운 삶의 그림자는 그들의 운명을 덮으려하지만, 그 안에서 불타오르는 삶의 향기들이 여름의 더운 열기를 서늘하게 식혀줄 것이다. 잔잔한 음악과도 같은 이어진 작가의 문장들은 피곤하고 힘에 겨운 우리들의 삶의 한쪽으로 서서이 다가와 마음 한편에 편안한 안식을 선사해 줄 것이다. 이어진 작가의 문장들을 읽으며, 독자들은 장면을 떠 올려보고, 심미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멜랑콜리한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벌레와도 같은 세상의 위협을 받으면서 혹은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삶을 살아가지만 삶은 곧 향기이며 아름다움 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 책 속으로
오늘 새벽 5시경에 국회의사당 벽에 정체 모를 검은 벌레가 기어오른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길이 5m쯤 되는 벌레는 국회의사당 벽을 기어올랐다고 하는데요. 벌레를 포획하기 위해서 119차가 급 출발했으나 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런 벌레를 보신 분은 저희 방송국으로 신속하게 연락 바랍니다. 그녀는 핸드폰을 켜고 포털 사이트를 검색을 했는데, 사이트 이곳저곳에서 벌레에 대해 보고하는 기사들이 있었다. SNS의 어떤 곳에서는 놈을 보았다는 여학생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본문 중에서>
그녀는 커다란 벌레를 천천히 먹고 있는 나무를 떠올렸다. 그녀는 벌레를 삼켜버린 나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커다란 벌레를 먹는 나무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며 일어섰다. 형광등과 텔레비전과 식탁과 냉장고를 천천히 씹어 먹는 벌레가 떠올랐다. 텔레비전과 냉장고에 집달리들이 붙인 빨간 딱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은수는 엉금엉금 기어가며 빨간 딱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목 뒤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통증이 가시면 다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일은 아버지의 기일이고, 모레는 병원에 가 볼 것이다. 노을이 유리창에 내려앉기 시작했고 구름은 거대한 붉은 벌레처럼 하늘 한편을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이어진 시인, 소설가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문학박사) 2015년 《시인동네》에 「식탁 위의 풀밭」외 4편이 당선되어 시를 쓰기 시작했고, 《인간과 문학》에 「가면놀이」를 발표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우수출판 콘텐츠 선정작품집),『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우수출판 컨텐트 선정 작품집)를 발간하였다. 연구서로 「1980년대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멜랑콜리의 정치성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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